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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아빠의 부재 뒤, 남겨진 아들이야기

최종 수정일: 2022년 4월 13일


“센터장님,, 꼭 좀 가족분들의 슬픔을 함께 나눠주세요.” 라며 지도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남편을, 그리고 아빠를 잃은 유가족의 모습이 진정으로 마음이 쓰여, 적극적으로 본 센터의 상실치유 프로그램을 안내 드렸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없던 말수가 더욱 줄어들었고, 엄마와 여동생을 살뜰히 보살피는 아들의 의연한 모습이 안쓰럽고, 무엇보다도 아들의 마음이 어떤지 걱정이 된다는 어머님과의 사전상담을 마쳤습니다.


이들과의 준비된 시간…

어머니와 함께 아들과 딸이 상담실을 방문했습니다.

16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의 선약도 미룬채, 어머니와 함께 먼길을 찾아와 주었습니다.

한참 고교입시 준비로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할 무렵, 생각지도 못하게 아버지께서는 갑작스럽고도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큰 키에 풍채도 좋고 건강하셨던 아버지와 하루아침에 영원한 작별의 시간을 마주한 소년.

훤칠하고 말쑥한 아들은 큰눈만 껌뻑이며 순한 눈으로 테이블만 쳐다봅니다.

 


한참 동안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왜 돌아가셨는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모든게 다 뒤죽박죽 엉망이예요”  


 지병도 없으셨고, 사고도 아니었던 황망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들은 아버지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있는 집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이 들어, 한달여 기간동안 이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모님의 가정에 침범해서, 그들만의 시간을 뺏고 있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엄마와 여동생이 힘든걸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사촌동생들을 돌보며 함께 지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열아홉 살 때부터 만나셔서 지금까지 함께 하셨데요.”


“그렇게 오랫동안 아빠와 함께 했던 엄마가, 지금 저렇게 쓸쓸하게 혼자 있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요. 나도 아빠가 많이 그립지만, 내가 아빠 이야기를 하고 슬퍼하면 엄마가 더 힘들고, 동생도 또 울꺼니까…”


“내가 슬픈거보다, 엄마가 슬픈게 더 괴로우니까...” 라고 말하며, 뚝뚝 눈물을 보였습니다.


장례식 이후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었습니다.


“저에겐 아빠가 우상이셨어요. 내가 감히 아빠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안 될 만큼, 아빠는 착하셨고, 뭐든지 척척 잘하시는 분이셨어요."


디자이너셨던 아버지는 미적감각도 좋으셨고, 캠핑이면 캠핑, 운전이면 운전 못하는게 없으셨다고 이야길 이어갔습니다.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도, 이벤트를 직접 해주시고, 간혹 엇나가는 행동을 할 때도 기다려 주셨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면, 세시간 동안 논쟁을 벌이며 이해의 폭을 좁혀 갔을 만큼, 아빠와의 사이는 각별했고, 함께 의논하고 의지하고, 둘만의 시간이 많았던, 특별한 아빠와 아들이었다고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빠는 나에겐 높은 분이예요..........”


 아들은 그렇게 아빠를 그리워했고,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아빠가 살아계시는 동안, 너무 열심히 사셨는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울기도 하고 슬퍼해 줬어요.”


“그리고 다들 가시는 길에,, ‘이제 너가 가장이다’라는 말씀들을 하시고 가셨고, 친척들도 장례기간동안 여러 번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내가 어떻게 아빠처럼 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되고 걱정이 되지만, 아빠처럼 든든하게 엄마와 동생을 지켜줄 수 있게 참고 노력해 봐야할꺼 같아요.”



담담히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함에 무척이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토록 말을 아끼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챙기며, 의젓하게 행동했던 아들의 외로움과 부담감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사회의 통념처럼, 특히나 아버지를 여윈 아들에게는 자연스레 ‘삶의 바통’이 넘겨지곤 합니다.

넘겨받은 바통이 간혹 아동들도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애도의 과정을 겪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과정들을 설명해 주기만 하면, 거의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해 주지 않을 경우, 나름대로의 상상을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슬픔을 표현하려 할 때는, 더더욱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슬픔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가 허용해 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슬픔을 표현하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많이 외로웠겠다. 혼자서 많이 아팠겠어요.”


“이곳을 찾아오기 전, 엄마와 먼저 이야기 나누었을 때, 엄마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상황이 우리 ㅇㅇ의 의젓함이었어요. 너무 힘을 주지 않아도 되요. 마음을 움츠리지 말고, 아빠 대신이라는 짐을 잚어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픈건 아프고, 보고 싶을땐 보고싶다고 얘기해 볼까요?”


“그것이 바로 엄마 아빠가 원하시는 ㅇㅇ의 모습일꺼야!!”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요… 아빠에게 더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한걸 너무 후회가 되요.”


“…………………………………………………………….”


어른스럽고자 담장을 쳐 놓았던 마음이 무너지듯,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지금의 상황에 대한 탄식도, 여느 아이들처럼 느끼는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와 진로도 한참을 쏟아 내었습니다.


“엄마가 오자고 했을때, 사실 짜증이 너무 났어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딱히 갈 마음은 없었지만, 이렇게 엄마따라 오는 것도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속이 너무 후련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들과의 상실을 이야기할 때, 최대한 말을 아끼고, 상실의 슬픔과 느끼는 상황들을 덧붙이지 않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중요합니다. 오롯이 듣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자의식들이 강해지고, 스스로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한 말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상실감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담담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남은 가족들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아들이 너무 의연해서, 사실 자신의 본분도 잊어 버리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의젓한 생각들을 가지고 혼자 힘든 시간을 가졌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네요. 너무 아프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니, 아이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면서 힘내 보겠습니다.”


옅은 미소를 띄며, 조금은 가볍고, 상기된 얼굴로 가족들은 돌아갔습니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며, 조금이나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매서운 바람에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꽃들처럼,

사랑했던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남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건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기를 가슴속 깊이 바래봅니다.



글 / 류은지 그레이프 치유센터 센터장                                   


 

웹매거진 [더 그레이프]는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우리의 삶에 사랑과 희망, 위로와 안녕을 소망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진 웹매거진입니다. 이메일로 정기구독 할 수 있으며 관련 주제의 도서와 영화, 공연 등 문화예술 콘텐츠와 인물 인터뷰, 상실치유 워크숍, 웰다잉 프로그램 등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이프(Grape)는 동서양 모두, 오래전부터 풍요와 다산 그리고 장수를 상징했으며, 포도나무는 쉼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레이프 치유센터는 상실 이후 애도 과업을 치르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 삶의 QOE(Quality of Ending)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실의 슬픔으로 힘겨운 분들과 쉼과 평화, 풍요와 건강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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