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애도, 어떻게 견뎌야 할까>의 지은이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는 2008년 3월 기차 건널목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남편과 아들, 딸을 잃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4-3>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후 6년간의 삶을 되돌아보며 <애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책을 선보였으며,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기까지 겪은 변화를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여러분을 위해 쓴 책입니다. 이는 넓디넓은 눈물바다를 건너고 극심한 고통을 극복하고 아이들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선 한 여자의 책입니다. 이 책이 당신의 삶과 동행하며 당신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당신만의 여정에서 겪게 될 모든 것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가 한국 독자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본문을 펼쳐봅니다. 이 책은 애도자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공통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넌 어디에 있니?”
“왜 그래야 했을까?”
“난 모든 것을 잊게 될까?”
“잘 지내고 있니?”
“어떻게 견뎌야 할까?”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내겐 무엇이 필요하지?”
“지금의 나는 내가 맞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명료한 답을 하기 보다 누구나 애도 과업에서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질문의 소용돌이에서 충분히 슬퍼하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책의 본문 중 인상깊은 구절을 구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애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본문 중
“지금 어떤 감정을 느껴도 괜찮아. 내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겠니. 네 길을 가고 너만의 경험을 쌓으렴.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고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줄 거야.”
이 같은 태도는 애도할 때에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다.
우리에게는 지지가 필요하다. 혼자 고통을 감내하면서 혼란스러운 채로 있고 싶지 않다.
우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상대가 깊이 얽히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편이 훨씬 더 좋다.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추스를 기회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저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그래, 아파. 그래,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지 보여. 아픔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야. 굳이 참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편안하고 든든한 지지는 대개 오래전에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적이 있는 친구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우리 말을 경청하고 우리의 침묵을 기다려준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천천히 생각을 확장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실마리를 한데 모으게 된다.
그들은 답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호기심이 많으며 잘못 추측했다가도 이를 거리낌 없이 정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애도의 끝은 우리가 짐작하는 곳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옛날처럼 구김살 없고 아무 그늘도 없는, 모든 것이 잘 정돈된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고랑을 뛰어넘고 두 세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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