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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장례지도학과 학생이 보내온 상실치유의 이야기



그레이프 치유센터는 지난 5월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학생들과 함께 웰다잉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장례식'과 '내 삶을 스쳐 지나간 죽음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과정 속에서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하는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한 학생의 글이 20대 대학생의 시선에서 상실과 치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녹여내어, <더 그레이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본지에서 그 리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상한 건 없다.


글 /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장나연



<상실과 그리고 치유>라는 책은 9.11 테러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매일 하나씩 읽으면서 나 자신에 있는 상실감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명언과 더불어 에세이 형식으로 된 이 책은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괜히 뭉클해지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들게끔 만들어 주었다.


JULY 12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으로 우리의 세상은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다. 그러니 모든 질서가 무너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떤 일이든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게 이상한 것이지 가끔 머릿속이 헝클어지는 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위 구절이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었는데, 우리는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에게 들어내지 않고 감추고, 우는 모습 또한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오죽하면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울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은 우리 인생에서 다가오는 슬픔 중 가장 큰 시련이다. 그 슬픔을 억지로 잊기 위해서 발버둥 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이 슬픔을 혼자서만 가질 필요도 없다.


인간 세상에서 죽음은 당연한 것이고, 슬픔 또한 당연한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가족끼리 밥을 먹다가 "캠코더 꺼내서 보자!"라는 동생의 한마디에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추억여행을 하던 중, 캠코더에 찍힌 영상 하나가 우리 가족을 모두 울렸다. 몇 년 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평상시에 눈물을 보이지 않던, 강하다고만 생각했던 아빠가 눈물이 난다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충격을 먹었다.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사람이 화장실로 들어가 눈물을 닦고 있는 상황이 도대체 뭔가 싶으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아빠에게 장난을 걸었었는데, 이 구절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의 살아있는 모습을 본 우리 아빠가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한 거구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를 상실한 경험이 있다면, 상실로 인해 지금 힘들다면, 그냥 큰 소리로 울거나, 누군가에게 힘듦을 털어내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감정에 대해 공감해 주고, 이 또한 당연한 행동이기에 숨길 필요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엉엉 울어보는 것도 마음에 밴드가 붙여진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나



 

웹매거진 [더 그레이프]는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우리 삶에 사랑과 희망, 위로와 안녕을 소망하는 이야기들로 가득채워진 웹매거진입니다. 이메일로 정기구독 할 수 있으며 관련 주제의 도서와 영화,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콘텐츠와 인물 인터뷰, 상실치유 워크숍, 웰다잉 프로그램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레이프(Grape)는 동서양 모두에서 오래전 부터 풍요와 다산, 장수를 상징했으며 포도나무는 쉼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레이프 치유센터는 상실 이후 애도 과업을 치르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 삶의 QOE(Quality of Ending)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레이프 치유센터는 슬픔에 처한 분들의 쉼과 평화, 풍요와 건강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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